redgoose(붉은거위)

제주도 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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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민박집에서 보일러를 틀어놓고 따뜻하게 잠을자서 그런지 몸은 몸살은 걸리지 않은듯했다. 하지만 역시나 다리는 무척이나 아팠다. 앉았다 일어서기가 굉장히 힘들 정도다.
배란다를 통해서 바깥을 바라보니 날씨가 굉장히 좋다.

느그적거리며 씻고 짐을싸서 민박집을 나왔다.
긴팔티를 하나만 입고 나왔는데 역시나 쌀쌀하지만 어제보다는 훨씬 바람이 적게 불어서 다니기가 수월해졌다. 페달을 돌리는데에도 부담이 많이 덜어졌고..

김녕부근에서 계속 달렸는데, 지도를 보니 도착까지 얼마 거리가 남지 않은거에 대하여 좀더 힘을 낼 수 있었다.
밥을 먹지않고 달렸더니 출출해서 어제 구입했던 초코바로 견디면서 달리다가 함덕 해수욕장 편의점에서 삼각감밥으로 때웠다.

함덕 해수욕장은 백사장과 언덕이 같이 있는곳인데 상당히 좋은 곳이었다. 그래도 중간중간에 보던 검은 돌에 미역이 깔려져있는 풍경이 더욱 멋져서 해수욕장쪽은 다른곳과 비슷비슷해져 보인다.
잠시 들여다보며 있다가 계속 이동했다.

이제 거리가 얼마 남지 않고, 더이상 해안도로를 타기는 힘들어서 일주도로를 쭉 따라갔다.
점점 거리가 복잡해지고, 신호에 걸리다보니 가는 속도는 더뎠다. 그래도 도시라는 풍경으로 바뀌면서 드디어 끝나가는구나.. 라던지 이제 끝이야라던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페달을 밟아서 익숙한 건물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시외 고속터미널이었는데, 그 옆에 도착지인 자전거가게가 있다.

나도 모르게 감탄이 오르면서 자전거에서 내려 간단하게 짐을 다시 정리하고 가게에 들어갔다.
자전거집 아저씨는 왜이리 빨리 들어왔냐고 하니깐 가던대로 가니깐 했다.
이렇게 엉덩이 아픈 자전거랑 바이바이하니까 기분이 개운해진다. 박까스 한명 받아마시고 정든 자전거를 넘겨주고, 베낭을 매고 나왔다.

일단 밥을 먹어야겠다 싶어 첫날에 갔던 기사식당 쪽으로 가서 다른가게로 들어갔는데 정식은 없고해서 김치찌개를 시켰다. 중간에 돌다가 김치찌개를 정말로 맛있게 먹어서 그 기분이 들어서 시켰는데 좀 많이 짜서 고기만 집어먹고, 반찬만 먹고 나왔다.


일단은 배 채우고 우도로 가기 위해서 성산으로 가는 버스표를 구입했다. 가격은 3000원
잠시 기다리다가 버스를 타고 성산으로 달렸다.
자전거로 정말로 힘들게 다니던 도로를 이렇게 쉽게 갈 수 있다니.... 자동차라는게 이렇게 편리하고 빠른 거라는걸 다시 한번 더 실감하게 된다.
버스로 타고가니 해안도로로 가지않고 한라산 중턱을 거쳐서 돈다. 그래서 주변 풍경이 다르다는걸 많이 느꼈다.

성산으로 도착하니 배를 탈때가 됐다고 해서 여객터미널까지 서둘러 달려갔다. 그리고 재빠르게 배표를 구입하고 배를 올라탔다.
배를타니 관광객들이 너무 많았다. 그 이유에서인지 몸도 마음도 굉장히 불편하다.
관광객이 이리 많은곳에서 같이 있으니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다. 좀 춥지만 바깥에 나와서 멀리 있는 것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저 멀리 있는 섬들은 흐릿흐릿하기만 한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움직을 엄두가 안나고 바다에 빠질거 같아서 무섭기만 했다.

2,30분정도 지나니 우도에 도착했다.
처음 인상은 대단하다는 느낌은 들지는 않고, 워낙 관광객이 많고, 오토바이나 자동차만 보이고, 매연냄새가 더 많이 나는듯했다.
좀더 한적한 곳인줄을 기대했는데, 이런 상태를 보니 의욕이 좀 많이 꺽였다.
1시간정도 안쪽으로 걸어가서 조금 높은곳으로 갔는데 걸어서 1,2시간만에 돌아볼 수 있는 거리가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좀 고민이 되었다.
이건 그냥 다니면 1박은 해야할게 뻔하고 다리가 아파서 더이상 다니기가 지치고 해서 더이상 제주도 여행은 못하겠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재빨리 되돌아와서 배를타고 성산에 와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부산가는 배가 오늘 저녁 7시뿐이고, 이걸 놓치면 이틀동안 버티거나 다른곳들을 관광해야하는 형편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건 금방올거같아 보이진 않아보인다.
그런데 택시가 지나가는데 4명으로해서 2만원 달라고 한다. 한명에 5천원씩 내면 되는 셈이다.
버스비가 3000원이니 상당히 좋은 조건이었다. 옆에 사람들이랑 같이해서 4명이서 택시를 타게 되었다. 나에게는 가장 좋은 기회인것은 시간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서 빠듯하게 배를 탈 수 있겠지만 택시로 바로 제주항으로 가면 굉장히 많은 시간단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로 가면서 같이 동승하던 분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어디 여행지가 좋았는지에 대한것과 돈을 사용하면 아깝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여행자들은 역시 돈을 여행에 많이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아깝지 않는 모양이다. 나도 여행다니면서 돈을 사용한것은 아깝지 않고, 후회도 되지 않는다.

다른 분들에게서 듣던것이지만 여행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사람과의 만남이지 싶다.


현지 사람들이나 여행다니는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하는게 가장 기억에 남는것 같다.
어짜피 풍경이야 보고나서 사진찍어두면 된다고 치지만 그떄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노는때는 그때일 뿐이다. 그래서 좀 더 만남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출항하기전에 제주항에 도착하여 좀더 여유가 생겨서 먹을것들을 구입하고 부모님과 문선생님에게 선물할것들을 구입하고 가방에 낑낑대며 집어넣고 배가 출발할 시간이 되자 배를 타고 제주도를 떠나게 되었다.
제주도에 대하여 별로 본게 없다고 하더라도 제주도를 한바퀴 돌았다는 그 기억이 가장 많이 남은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은 다시 해볼 수 없을것이고, 굉장히 힘들어서 계속 참고 견디게 해주었다.

다음에 제주도를 간다면 오토바이 면허를 따서 오토바이 몰 수 있을때 가고싶다.

더이상 자전거로 다니는건 사절이다.